그날의 약속 - 9화: 과거의 문턱
김태원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 또렷하게 드러났다. 그의 표정은 피곤하면서도 무언가 결심한 듯 단호해 보였다. 윤재와 도혁은 얼어붙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김태원의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여기까지 왔구나. 하지만 너희가 감당할 수 있을까?”
윤재는 심호흡을 하며 김태원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우리가 왜 여기로 끌려왔는지, 서윤희와 당신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아야겠어. 그래야 이걸 끝낼 수 있어.”
김태원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하지만 너희가 듣게 될 진실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내가 보여줄 테니 따라와라.”
시간의 뒤틀림
김태원이 손을 뻗자 복도는 마치 물결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낯선 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주변이 잠잠해졌을 때, 윤재와 도혁은 자신들이 과거의 학교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곳은 그들이 알던 학교와 달랐다. 복도는 깨끗하고,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여기가… 과거야?” 도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김태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서윤희와 나, 그리고 이 모든 비극이 시작된 곳이다.”
그들은 복도를 따라 걸으며 한 교실 앞에 멈췄다. 김태원은 손짓으로 문을 열었다. 문 안에는 서윤희가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건…” 윤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약속의 순간이지.” 김태원이 말했다. “그녀는 나와 함께 이 학교의 어두운 비밀을 드러내기로 약속했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약속은 깨졌고, 그녀는 혼자가 되었다.”
비극의 전말
서윤희의 모습은 점점 희미해졌고, 대신에 김태원의 기억 속 장면이 떠올랐다. 그는 서윤희와 함께 학교 지하실로 향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학교의 비밀과 관련된 오래된 기록들과 금기된 의식이 숨겨져 있었다.
“우린 그날… 이 학교를 지배하는 어둠을 없애기로 했어. 하지만 나는 두려움에 질려 약속을 어겼고, 그녀를 혼자 남겨두고 도망쳤다.”
김태원의 목소리는 깊은 죄책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이 학교에 갇힌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윤재는 분노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당신이 서윤희를 배신한 거야? 그래서 그녀가 이런 일을 겪게 된 거라고?”
김태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지만 이제 내가 그 빚을 갚아야 해. 너희는 이 약속을 완성해야만 한다.”
결정의 시간
김태원은 그들에게 회중시계를 건넸다. “이 시계를 사용해 약속을 되돌릴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다. 시간 속에서 진실을 찾고, 그녀를 구하라.”
윤재는 시계를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할게. 그녀를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겠어.”
도혁이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야, 진짜로 할 수 있겠어? 잘못하면 우리도 여기서 못 나올지도 몰라.”
“하지만…” 윤재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걸 끝내야만 해. 서윤희를 위해서.”
김태원이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그럼, 마지막 길로 나아가라. 약속을 완성할 준비가 되었기를 바란다.”
마지막 문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공간 속에서, 윤재와 도혁은 마지막 문 앞에 섰다. 문을 열면 진실과 마주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윤재는 회중시계를 쥔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여기서 끝내자.”
도혁은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윤재가 문을 열자, 눈부신 빛이 두 사람을 덮쳤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서윤희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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