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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공포 단편소설 "그날의 약속" 10화 엔딩

그날의 약속 - 5화: 그림자와의 대면

by demianpark127 2024.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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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약속 - 5화: 그림자와의 대면

 

윤재와 도혁은 교실을 빠져나온 이후에도 말이 없었다.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그들의 발소리는 학교의 적막 속에서 더욱 크게 울렸다. 두 사람은 마치 그림자가 뒤따르는 듯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이건 분명히 잘못된 일이야.” 도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이름을 부르니까 그림자가 사라졌어. 근데 그게 진짜 끝난 걸까?”

윤재는 주머니 속에서 서윤희의 일기장을 꽉 쥐었다. “끝나지 않았어. 아직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있어.” 그는 일기장의 뒷표지에 적힌 문구를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진짜 이름이 아니라면, 네 차례다.

“도혁아, 혹시 서윤희 말고 다른 이름이 생각나는 거 있어?” 윤재가 물었다.

도혁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근데 그 이름이 뭔지 잘못 부르면 우리가 위험해질 거란 건 확실해.”


다시 본관으로

 

두 사람은 교무실로 향했다. 서윤희의 기록부와 사진 속 지워진 얼굴에 대해 더 알아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교무실 문은 여전히 잠겨 있지 않았다. 윤재는 주저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섰다.

“저기, 어제 봤던 그 사진이다.” 도혁이 책상 위에 놓인 사진을 가리켰다. 사진 속 서윤희의 웃는 얼굴은 변함없었지만, 옆에 있던 지워진 얼굴은 이번엔 더욱 진하게 덧칠된 듯했다.

“뭔가… 누군가 이걸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윤재가 사진을 집어 들며 말했다. “이 사람의 정체를 알아야 해.”

그때, 교무실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두 사람은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문틈으로 검은 안개 같은 것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림자의 공격

 

“이거… 아까 그 그림자야!” 도혁이 소리쳤다.

안개는 천천히 형체를 이루며 윤재와 도혁을 둘러쌌다. 이번에는 그저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완전히 가둬버리려는 듯했다.

윤재는 일기장을 펼쳤다. 마지막 장에는 이전과 다른 문장이 적혀 있었다.

그 이름을 세 번 부르면 그를 막을 수 있다.

“세 번 부르라는데?” 윤재가 당황하며 도혁을 바라봤다.

“근데 어떤 이름인지 확신도 없잖아! 서윤희 말고 다른 이름이라면?” 도혁이 초조하게 외쳤다.

안개는 점점 그들의 주위를 좁혀왔다.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 속에서 윤재는 결단을 내렸다.

“서윤희! 서윤희!”

마지막으로 이름을 부르려는 순간, 안개 속에서 또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아니야.”

윤재는 얼어붙었다. 목소리는 서윤희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따뜻하지 않았고, 오히려 차갑고 날카로웠다.

“나를 부르는 게 아니야. 그 사람의 이름을 불러.”

“그 사람?” 윤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머릿속으로 사진 속 지워진 얼굴을 떠올렸다. 그 순간, 사진 뒷면에 작게 적힌 글씨가 떠올랐다.

그의 이름은…

“도혁아, 사진 뒤를 확인해 봐!” 윤재가 소리쳤다.

도혁은 손을 떨며 사진을 뒤집었다. 거기에는 희미한 글씨로 이름이 적혀 있었다.

김태원.

윤재는 이름을 힘껏 외쳤다. “김태원! 김태원! 김태원!”


고요 속의 흔적

이름을 세 번 부르자마자 안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교무실의 공기는 다시 평소처럼 고요해졌고, 두 사람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진짜 죽는 줄 알았어…” 도혁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윤재는 손에 쥔 사진을 내려다보았다. 사진 속 지워졌던 얼굴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김태원의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웃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서윤희의 얼굴처럼 슬프고도 분노에 찬 표정이었다.

“이제… 다음은 뭘 해야 하지?” 윤재가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의 손에 들린 일기장은 여전히 차갑게 식지 않은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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