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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공포 단편소설 "그날의 약속" 10화 엔딩

그날의 약속 - 4화: 금지된 기억

by demianpark127 2024.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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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약속 - 4화: 금지된 기억

 

윤재는 속삭임이 들려온 방향으로 얼어붙은 채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방 안은 조용했고, 도혁은 이미 깊은 잠에 빠진 듯한 코 고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는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사진 속 서윤희의 웃음이 변한 착각 때문일까, 아니면 실제로 무언가가 그의 귀에 속삭였던 것일까. 침대 머리맡에 놓아둔 사진은 뒤집어져 있었지만, 그 존재 자체가 불안감을 자아냈다.


아침의 위화감

 

다음 날 아침, 윤재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학교로 갔다.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 풍경, 학생들의 수다 소리와 수업 준비로 바쁜 모습이 펼쳐졌다. 그러나 윤재의 눈에는 그 모든 것이 흐릿하게 느껴졌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교실 구석을 살폈다. 아무도 없는 빈 자리. 서윤희가 사라진 뒤로 그 자리엔 늘 비어 있는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윤재야!” 정하린의 밝은 목소리가 그의 귀를 때렸다.

윤재는 고개를 돌려 하린을 마주 보았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그의 앞에 앉았다.

“왜 이렇게 멍하니 있어? 어제 늦게까지 공부했어?” 그녀는 그의 얼굴을 살피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아니, 그냥 좀 피곤해서…” 윤재는 대충 얼버무렸다. 어제 일어난 일을 그녀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럼 점심시간에 좀 쉬어. 너 요즘 너무 힘들어 보여.” 하린은 그에게 걱정 어린 미소를 짓고 돌아섰다. 하지만 그녀가 떠난 자리엔 묘한 허전함만 남았다.


서윤희의 흔적

 

점심시간, 윤재는 혼자 학교 주변을 거닐다가 서윤희가 자주 앉아 있던 벤치로 향했다. 그곳은 늘 고요했지만, 오늘따라 더 싸늘하게 느껴졌다.

벤치 위에는 낡고 바랜 리본이 떨어져 있었다. 윤재는 리본을 주워들었다. 리본의 한쪽 끝엔 윤희의 이니셜, “S.Y.”가 적혀 있었다.

“여기서… 네가 뭘 말하려는 거야?” 윤재는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답변은 없었다.

그 순간, 그의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척이었다.

윤재는 재빨리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대신 발소리는 서서히 멀어지며 학교 건물 쪽으로 향했다.

 

“누군가 일부러 이곳으로 유인한 건가?” 그는 긴장한 채 발소리를 따라가기로 했다. 발소리가 멈춘 곳은 학교 한쪽 구석의 낡은 창고 앞이었다. 윤재는 문이 살짝 열린 것을 확인하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창고 내부는 어두웠고, 먼지 냄새가 가득했다. 그의 손전등 빛이 비춘 곳에는 오래된 책상과 서랍장이 놓여 있었다. 그중 하나의 서랍을 열었을 때, 그는 낡은 사진 한 장과 쪽지를 발견했다. 사진 속에는 서윤희와 또 다른 학생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뒷면에는 붉은 잉크로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다시 만나면 모든 것이 밝혀질 거야.

윤재는 사진과 쪽지를 품에 안고 서둘러 창고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다. 사진 속 지워진 얼굴의 정체가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금지된 기억

 

윤재는 차가운 속삭임이 가라앉은 후에도 밤새 잠들지 못했다. 사진 속 서윤희의 표정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고, 그녀의 마지막 속삭임은 그의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이 상황을 혼자 해결할 수 없음을 느낀 그는 도혁을 깨워 이야기를 나누기로 결심했다.

“도혁아, 일어나 봐. 중요한 얘기가 있어.”

도혁은 눈을 비비며 투덜댔다. “아침도 아닌데 무슨 일이야? 또 귀신 봤어?”

윤재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사진 때문이야. 뭔가 이상해. 서윤희가 우릴 어딘가로 이끌려는 것 같아.”

도혁은 한숨을 쉬며 침대에 앉았다. “그래, 그 사진. 그 옆에 지워진 사람 말이야. 그게 진짜 중요한 단서 같아. 근데 우리가 뭘 더 할 수 있겠냐고.”

“사진 뒤에 써 있던 말 기억나? ‘다시 만나면 모든 것이 밝혀질 거야’라는 문구. 그 의미를 알아야 해.” 윤재는 단호하게 말했다.

“다시 만나면이라… 설마 그걸 진짜로 해 보겠다는 거야? 서윤희를 직접 찾아가자고?” 도혁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윤재는 잠시 망설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가 직접 진실을 확인하지 않으면 이 일은 끝나지 않을 거야.”


버려진 교실의 비밀

 

두 사람은 다음날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사진 속 배경과 유사한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사진 속의 배경은 오래된 나무 벤치와 교실 창문이 보이는 곳이었다. 그곳은 오랜 시간 폐쇄된 ‘3학년 5반’ 교실로 연결되었다.

“여긴 수년 동안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도혁은 문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불안하게 중얼거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여길 찾아야 하는 거야.” 윤재는 문을 밀어 열었다.

교실 안은 먼지와 거미줄로 가득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이 가구들의 윤곽을 어슴푸레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교실의 한가운데에는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저게 뭐야?” 도혁이 손전등으로 비춘 곳에는, 낡은 나무 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자 위에는 ‘열지 마시오’라는 글씨가 검붉은 잉크로 쓰여 있었다.

“이게… 여기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건가?” 윤재는 상자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야, 그거 열면 큰일 나는 거 아니야?” 도혁은 겁먹은 듯 뒤로 물러섰다.

“우린 이미 여기까지 왔잖아. 답을 찾아야 해.” 윤재는 결단을 내리고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금지된 기억의 흔적

상자 안에는 빛바랜 일기장이 있었다. 일기장의 표지에는 ‘서윤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윤재는 조심스럽게 첫 페이지를 펼쳤다.

오늘도 그 사람과 벤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사람은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는 나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윤재는 일기 속의 내용이 점점 기묘하게 느껴졌다. 도혁도 옆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일기 내용을 읽었다.

“그 사람이 누구지? 서윤희가 얘기한 건…?”

윤재는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이번에는 한 구절이 크게 적혀 있었다.

약속을 어긴 대가는 치러야 한다.

그 순간, 교실의 문이 쾅 하고 닫혔다.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지만, 교실은 이미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던 빛마저 차단된 듯했다.

“무슨 일이야? 누가 문을 닫았어?” 도혁은 두려움에 떨며 손전등을 비췄다.

윤재는 일기장을 끌어안고 말했다. “이건 그냥 경고가 아니야. 우린 뭔가 깊숙이 들어온 것 같아.”

그때, 교실 한쪽 벽에서 검은 그림자가 천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었지만,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다. 윤재는 그림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너… 서윤희와 무슨 관계야?”

그림자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천천히 윤재를 향해 다가왔다. 그와 동시에 일기장의 마지막 장이 바람에 의해 저절로 넘어갔다. 마지막 장에는 단 한 줄이 적혀 있었다.

그 이름을 부르지 않으면 끝낼 수 없어.

“이름? 누구의 이름을 말하라는 거야?” 윤재가 외쳤다. 그러나 그림자는 이미 그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도혁이 손전등을 흔들며 소리쳤다. “윤재야, 빨리 뭔가 해! 이대로 가다간 우리 죽을 수도 있어!”

윤재는 머릿속으로 이름들을 떠올리며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어 외쳤다. “서윤희!”

순간, 그림자는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뒤로 물러나더니, 공중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하지만 교실은 여전히 어둠에 잠겨 있었다.


또 다른 이름

두 사람은 간신히 교실을 빠져나왔다. 복도에 나오자마자 도혁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진짜 죽는 줄 알았어. 그런데 이름을 불렀는데 왜 그림자가 사라진 거지?”

윤재는 일기장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이건 단순한 이름 문제가 아니야. 서윤희와 관련된 누군가가 이 학교에서 금지된 무언가를 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거야.”

그는 마지막 페이지를 다시 읽으며 중얼거렸다. “그 이름을 부르지 않으면 끝낼 수 없다….”

그러나 그는 깨닫지 못했다. 일기장의 뒷표지에 작게 쓰여 있던 또 다른 문구를.

진짜 이름이 아니라면, 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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