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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공포 단편소설 "그날의 약속" 10화 엔딩

그날의 약속 - 3화: 잃어버린 진실

by demianpark127 2024.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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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약속 - 3화: 잃어버린 진실

윤재와 도혁은 교실에서 벗어난 후에도 복도의 어두운 분위기를 떨쳐낼 수 없었다. 학교는 다시 평소처럼 고요했지만, 그 고요함이 오히려 그들을 더 불안하게 했다.

“야, 아까 그… 서윤희 맞지?” 도혁이 숨을 골랐지만, 여전히 손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그래, 분명 그녀였어. 하지만…” 윤재는 말끝을 흐리며 손에 남은 검은 자국을 보았다. 자국은 서서히 희미해지고 있었지만, 그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공책은 대체 어디로 간 거야? 분명 네가 들고 있었는데.” 도혁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모르겠어. 그런데…” 윤재는 복도 끝에 희미하게 보이는 실루엣을 발견했다. “누군가 있어.”

도혁도 시선을 돌려 그쪽을 보았다. 복도 끝에는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여학생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그들을 기다리는 것처럼.

“윤희야?” 윤재가 조심스럽게 한 걸음 다가갔다. 도혁은 윤재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야, 제정신이야? 가면 안 돼!”

윤재는 도혁의 손을 뿌리치고 한 걸음 더 내디뎠다. 그러나 그 순간, 그 여학생의 실루엣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안개처럼 흩어지며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

“뭐야… 사라졌어.” 윤재는 숨을 삼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건 확실히 우리가 겪어온 이상한 일들의 연장선이야. 윤희가 우리에게 뭔가를 알리고 싶어하는 것 같아.” 윤재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교무실의 단서

윤재와 도혁은 더 많은 단서를 찾기 위해 교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라면 잠겨 있어야 할 교무실 문이 이상하게도 열려 있었다. 도혁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런 데까지 들어가는 건 좀…”

“어차피 여기까지 왔잖아. 더 늦기 전에 알아보자.” 윤재는 단호한 태도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교무실 내부는 어두웠지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이 바닥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윤재는 책상 위를 살피다 서윤희의 이름이 적힌 학생기록부를 발견했다.

“여기 있다.” 그는 기록부를 펼쳤다. 하지만 기록부 안은 비어 있었다. 이름과 학번 외에는 모든 것이 공백이었다.

“아무것도 없네. 일부러 뭔가를 지운 건가?” 도혁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그 순간, 기록부 안쪽에서 작고 낡은 사진 한 장이 떨어졌다. 윤재는 사진을 주워들고 숨을 멈췄다.

사진 속에는 서윤희가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옆에는 또 다른 학생이 서 있었는데, 그의 얼굴은 검은 잉크로 완전히 지워져 있었다.

“이게… 뭐야?” 도혁이 사진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이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굴까? 왜 이렇게 지워진 거지?”

윤재는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뒷면에 적힌 작은 글씨를 발견했다.

“다시 만나면 모든 것이 밝혀질 거야.”


예상치 못한 손님

기록부와 사진을 들고 교무실을 나오려던 순간, 복도에서 또다시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무거운 구두 소리처럼 일정하게 울려 퍼졌다.

“누군가 와. 숨자.” 윤재가 재빨리 도혁의 손을 끌어 책상 아래로 몸을 숨겼다.

복도 끝에서 검은 실루엣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분명 귀신이 아닌, 인간의 형체였다. 실루엣은 교무실 앞에 멈춰 섰고, 문을 열었다.

윤재는 책상 아래에서 몰래 그를 엿보았다. 그것은 학교의 경비원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의 얼굴은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이 굳어 있었다. 그는 교무실 안으로 들어와 천천히 방을 둘러보았다.

“여기 아무도 없지…” 경비원이 낮게 중얼거리며 무언가를 찾는 듯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서윤희의 이름이 적힌 기록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책상 위엔 아무것도 없었다.

“도대체 누가…” 경비원은 당황한 듯 다시 복도를 살폈다. 윤재와 도혁은 그의 시선이 닿기 전에 조용히 숨을 죽였다.

경비원이 복도를 떠난 후, 윤재와 도혁은 몰래 교무실을 빠져나왔다.

“경비원이 왜 이런 시간에 여기까지 온 거지?” 도혁이 물었다.

“모르겠어. 하지만 우리도 빨리 이걸 정리해야겠어.” 윤재는 손에 든 사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새로운 단서

기숙사로 돌아온 윤재는 사진을 손에 쥔 채 침대에 앉아 있었다. 도혁은 옆에서 졸린 듯 눈을 비비며 말했다.

“이 사진, 진짜 뭐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아. 내일 더 알아보자.”

윤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눈은 사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서윤희의 웃는 얼굴과 지워진 학생의 형체는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사진 속 서윤희의 웃음이 미묘하게 변한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입꼬리가 천천히 내려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윤재는 얼른 사진을 내려놓으며 침대에서 몸을 떨었다.

“…환영이겠지.” 그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사진을 뒤집어 놓았다.

그러나 등 뒤에서 들리는 낮은 속삭임은 그를 다시 얼어붙게 만들었다.

 

“곧 알게 될 거야, 윤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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