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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공포 단편소설 "그날의 약속" 10화 엔딩

그날의 약속 - 10화 : 에필로그

by demianpark127 2024.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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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약속 - 10화 : 에필로그

 

학교는 평소와 같은 소란스러운 점심시간이었다. 학생들은 서로 장난을 치며 웃음을 터트렸고, 식당은 음식 냄새로 가득했다. 윤재와 도혁은 평소처럼 한쪽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그 옆에는 정하린이 얌전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

“도혁아, 너 어제 수학 숙제 했어? 진짜 어렵더라.” 정하린이 말하며 포크를 내려놓았다.

도혁은 입안의 음식을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 “안 했어. 윤재가 숙제 좀 보여주면 좋을 텐데 말이야. 근데 요즘 저 녀석은 말이 없어.”

하린은 윤재를 힐끗 보며 말했다. “윤재야, 무슨 일 있어? 너 요즘 좀 이상해 보여.”

윤재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하린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미묘한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아니야… 그냥 좀 피곤해서.”

도혁이 농담하듯 말했다. “야, 서윤희가 꿈에라도 나왔냐? 너 혼자 요즘 뭔가에 빠져 있는 것 같더라.”

그 순간 윤재는 움찔하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도혁의 말이 웃자고 한 소리라는 걸 알면서도,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그것이 진실이라는 사실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농담도 정도껏 해.” 윤재는 작게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좀 바람 쐬고 올게.”

하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윤재야, 괜찮아? 무슨 일이면 우리한테 말해도 돼.”

윤재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아무 일도 아니야. 그냥 잠깐 나갔다 올게.”


윤재는 식당 밖으로 나와 학교 운동장을 천천히 걸었다. 밝은 햇빛이 그의 피부를 따갑게 때렸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는 무심코 손에 쥐고 있던 회중시계를 내려다보았다. 멈춘 채로 12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계는 여전히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는 벤치에 앉아 깊은 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왜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지…?”

그 순간, 그의 앞에 누군가가 다가왔다. 윤재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곳에는 김태원이 서 있었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윤재야, 오랜만이다.”

윤재는 몸이 굳어지며 그를 바라보았다. “김태원… 너… 여기 왜 있어?”

김태원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왜, 내가 학교에 다시 돌아오면 안 되는 거냐?”

윤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넌… 서윤희에 대해 뭘 알고 있는 거야?”

김태원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서윤희… 그녀는 아직도 너희 곁에 있다. 그걸 모르겠어?”

윤재는 그의 말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녀는 이미…”

김태원은 윤재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그녀는 떠난 적이 없어. 너희가 느끼는 그 소름, 그 무거움… 그것이 그녀가 남긴 흔적이야.”


윤재는 머릿속에 수많은 기억이 떠오르며 혼란스러웠다. 서윤희와의 마지막 순간, 그리고 그녀가 자신들에게 남긴 말들.

“난 아직 여기 있어.”

그가 회중시계를 들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너는 정말로 떠난 게 아니었구나…”

김태원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너희가 그녀를 잊지 못하는 한, 그녀는 이곳에 계속 머물 거야. 이제 너희 몫이야. 그녀를 진짜로 놓아주는 것.”

윤재는 그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김태원이 떠난 뒤에도, 그의 말은 윤재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윤재는 다시 식당으로 돌아왔다. 하린과 도혁은 그를 보자마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윤재야, 괜찮아? 어디 갔다 왔어?” 하린이 물었다.

윤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아무 일도 아니야. 그냥 바람 좀 쐬고 왔어.”

하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도혁은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 “너, 뭔가 숨기고 있지?”

윤재는 대답하지 않았고, 숟가락을 들고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서윤희와 김태원의 말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녀의 흔적이 아직도 그들을 따라다니고 있다는 사실에, 그는 그 끝이 무엇일지 알 수 없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윤재는 혼자 교실 창가에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평화로운 학교 풍경과 달리, 그의 마음속은 여전히 요동치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회중시계를 꺼내어 손안에 쥐었다. 멈춘 바늘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윤희야… 넌 정말로 떠난 거니, 아니면 아직도 여기 있는 거니?”

 


 

 

점심시간이 끝난 후, 윤재는 텅 빈 교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평화로운 하늘과 학교의 일상적인 소음들이 어우러졌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회중시계를 손에 쥔 채, 그는 그것을 내려다보며 무언가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문이 삐걱이며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윤재는 고개를 돌리며 방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서 있는 사람은 도혁이었다.

“너 또 혼자 고민하는 거냐?” 도혁은 한숨을 쉬며 윤재에게 다가왔다. “말 좀 해봐. 요즘 너 왜 그렇게 이상해졌는지.”

윤재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말했다. “도혁아… 우리가 정말로 끝난 걸까?”

도혁은 당황한 얼굴로 윤재를 쳐다보았다. “뭘 끝난 거냐고? 서윤희 일? 그건 다 끝났잖아.”

윤재는 회중시계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 시계… 이게 멈춘 이후로, 난 뭔가가 남아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마치 그녀가 우리를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것처럼.”

도혁은 잠시 침묵하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김태원이 너한테 뭔가 말했어? 점심시간에 그를 만났을 때.”

윤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말했어. 서윤희가 떠난 적이 없다고. 우리가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 한, 그녀는 여기에 계속 머물 거라고.”


“그럼 우리가 뭘 해야 하냐는 거야?” 도혁은 답답한 목소리로 물었다. “더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 생각해?”

윤재는 창밖을 바라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떠나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그녀를 붙잡고 있기 때문이야. 우리가 그녀를 진정으로 보내주지 못했기 때문이지.”

“하지만 어떻게?” 도혁은 점점 초조해졌다. “우리가 어떻게 그녀를 놓아줄 수 있다는 거냐?”

윤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회중시계를 꼭 쥐었다. “김태원이 말한 게 있어. 그녀의 마지막 흔적을 찾아서 그걸 놓아주면 된다고.”

그 순간, 교실 문이 다시 열리며 정하린이 들어왔다. “너희 둘, 무슨 비밀 얘기를 그렇게 하고 있어?” 그녀는 두 사람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설마… 서윤희에 대한 거야?”

윤재와 도혁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결국 하린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이야기를 듣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럼, 그녀의 흔적이 어딘지 찾으러 가야겠네.”


세 사람은 다시 서윤희가 자주 앉아 있던 학교 뒤뜰의 벤치로 향했다. 그곳은 이제 잡초로 뒤덮여 있었고, 오랜 세월 아무도 손대지 않은 듯했다. 윤재는 벤치 아래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서윤희의 낡은 리본이었다.

“여기 있었구나…” 윤재는 리본을 손에 들고 눈을 감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서윤희와의 마지막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웃음, 그녀의 목소리, 그리고 그녀의 슬픔.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도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윤재는 리본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이건 그녀가 여기에 묶인 이유야. 우리가 이것을 놓아줘야 그녀도 떠날 수 있어.”

그는 리본을 천천히 하늘 위로 올려놓았다. 바람이 불며 리본은 멀리 날아가더니, 빛 속으로 사라졌다. 그 순간, 멈췄던 회중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회중시계가 다시 움직이면서, 세 사람은 무언가 가슴 속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윤재는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이제… 진짜 끝났어.”

정하린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이제 다시는 이런 일 없길 바라자. 솔직히 너무 무서웠어.”

도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우리도 이제 정상적인 학교생활로 돌아가자.”

하지만 윤재는 마지막으로 벤치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그는 속으로 조용히 말했다. “윤희야… 이젠 진짜 안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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