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공포 단편소설 "그날의 약속" 10화 엔딩

그날의 약속 (The Promise Of That Day ...) 프롤로그

by demianpark127 2024. 12. 15.
SMALL

 
 
 
그날의 약속 (The Promise Of That Day ...)

고요한 밤이었다. 창밖에서 스멀거리던 바람소리는 문득 사라졌고, 대신 학교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낮은 속삭임이 윤재의 귀를 간질였다.

"…여기서 멀어지지 마."

그 목소리는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그는 손전등을 쥔 채, 어둠 속으로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복도 끝에 서 있는 여학생의 모습이 점점 또렷해졌다.

"윤희…?"

윤재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녀는 고개를 천천히 돌리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눈은 빛을 잃은 채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그 눈빛엔 무언가 숨겨진 강렬함이 있었다.

"여긴 우리만의 약속의 장소잖아. 잊었어?"

그녀의 말에 윤재는 혼란스러웠다. 분명 그는 서윤희와 단 한 번도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그를 마치 과거로 끌어당기는 듯했다.

"무슨 소리야?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천천히 윤재에게 다가왔다. 발소리가 울리는 복도는 점점 어둡게 물들었고, 벽과 천장에서 기이한 손자국이 스멀거리며 나타났다.

"넌 날 떠날 수 없어, 우린 서로 약속했잖아."

윤희는 그 순간 손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다. 차가운 손길이 그의 피부를 훑고 지나갔다. 윤재는 두려움에 몸을 떨며 그녀를 밀어냈다.

"이러지 마! 너… 너 예전과 달라!"

그녀는 조용히 웃었다. "달라진 건 나만이 아니야. 이 학교 자체가 변했어. 네가 몰랐을 뿐이지."

순간, 윤희의 등 뒤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유령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윤재를 향해 다가왔고, 복도는 숨이 막힐 정도로 어두워졌다. 윤희의 손짓에 따라 유령들은 움직였고, 윤재는 뒤로 물러섰다.

"너무 오래 기다렸어. 하지만 이제… 너는 나와 함께 있어야 해."

윤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는 한 손으로 손전등을 쥐고, 다른 손으로 복도의 벽을 더듬었다. 그때, 희미한 빛이 복도 끝에서 깜빡였다.

"윤재야!"

정하린의 목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그녀가 손전등을 들고 뛰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엔 공포와 긴장감이 가득했다.

"하린아…"

하린은 윤희를 보며 멈춰 섰다. 그녀의 표정은 윤희를 보고도 당황하지 않은 듯했다. 오히려 그녀는 침착하게 말했다.

"윤희야, 제발 그만해.. 네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니잖아."

윤희의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스쳤다. 그녀는 한순간 흔들리는 듯했지만, 곧 미소를 되찾았다.

"아니야. 이게 내가 원하는 거야. 그리고 넌 방해꾼일 뿐이야, 사라져."

윤희의 손짓이 더욱 강해졌고, 복도는 괴기스러운 소리와 함께 무너질 듯 흔들렸다. 윤재는 하린의 손을 잡고 외쳤다.

"이 학교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줘! 네가 뭘 감추고 있는지 알아야겠어!"

윤희는 잠시 그를 응시했다. 그녀의 눈빛엔 슬픔과 분노,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렬한 집착이 담겨 있었다.

"알고 싶다면 끝까지 따라와 봐. 하지만 네가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다면 말이야."

그녀는 유령들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복도는 다시 정적에 잠겼고, 윤재와 하린만이 남았다.

하린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윤재야… 정말 그 애를 믿고 있는거야?"

윤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모르겠어. 하지만 걔가 이렇게 된 이유를 알아야 해. 그래야 이 모든 걸 끝낼 수 있을 거야."

그날의 약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진실은 그들의 눈앞에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이윤재
정하린
서윤희

김도혁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