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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공포 단편소설 "그날의 약속" 10화 엔딩

그날의 약속 (The Promise of That Day) 1화

by demianpark127 2024.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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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약속 - 1화: 어둠 속의 첫 발자국

 

바람이 창문을 스치며 학교 복도를 흔들었다. 기숙사에 있던 학생들은 이미 저마다의 방에서 잠들었거나, 졸업을 앞두고 아침을 준비하며 밤을 새우고 있었다. 그러나 이윤재는 책상 앞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 아래 학교 건물은 마치 거대한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이제 곧 끝이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책상에 놓인 졸업 앨범을 살폈다. 이미 몇몇 페이지에는 친구들의 낙서와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하린의 서툰 필체로 적힌 문구였다.

“윤재야, 마지막까지 파이팅! 너의 웃음이 최고야 😊 – 하린”

 

그는 글자를 따라가며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따스함은 곧 불편한 감각으로 변했다. 자신도 모르게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학교 건물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였다. 분명 기숙사의 불은 모두 꺼졌어야 했다.

그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는 ‘김도혁’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도혁아, 웬일이야?”

“야, 너도 봤어? 학교에 불 켜진 거.” 도혁의 목소리는 평소의 농담 섞인 어조와 달리 진지했다.

“봤어. 근데 이상해. 기숙사도 모두 자는 시간인데…”

“거기서 기다려. 같이 가보자.”

윤재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창문 너머로 멍하니 학교를 바라봤다. 그의 머릿속엔 ‘이 시간에 왜’라는 질문이 맴돌았지만, 이상하게도 발걸음은 복도로 향하고 있었다.


학교 본관, 23:50

윤재와 도혁은 본관 입구에서 마주쳤다. 도혁은 손전등을 들고 있었고, 표정은 기대와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학교에서 귀신 나온다는 소문도 있잖아.” 도혁은 긴장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귀신 같은 소리 하지 마. 그냥 누가 실수로 불을 안 껐겠지.” 윤재는 도혁의 걱정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그의 발걸음도 조심스러웠다.

 

복도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윤재와 도혁은 교무실 쪽으로 걸어가며 불빛이 새어 나오는 곳을 찾았다. 그러나 복도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분명 어딘가 이상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달빛은 복도를 길게 가르고 있었고, 벽에는 마치 오래된 얼룩처럼 보이는 검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저기 봐, 불빛!” 도혁이 손전등으로 한 교실을 가리켰다. 그곳은 분명 비어 있어야 할 3학년 3반 교실이었다. 두 사람은 천천히 문 앞으로 다가갔다.

윤재가 문 손잡이를 잡으려던 순간, 안쪽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훗… 여기서 멀어지면 안 돼.”

 

두 사람은 얼어붙었다. 분명 누군가의 속삭임이었다. 윤재는 손을 뗄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 문을 열었다.

교실 안은 비어 있었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교탁 옆에 앉아 있는 여학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긴 머리카락이 어깨를 넘어 흘러내렸고,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서윤희?” 윤재가 당황하며 말했다. 그녀는 분명 실종된 학생이었다. 1년 전, 윤희가 사라진 이후로 그녀를 본 사람은 없었다.

“날 알아봐줘서 기뻐.” 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일어섰다. 하지만 그 미소는 어딘가 섬뜩했다.

“윤희야,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도혁이 물었지만, 윤희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한 발짝씩 다가왔다. 그녀의 눈빛엔 묘한 광기가 서려 있었다.

 

“다시 왔구나, 윤재 네가 여기에 와서 다행이야.”

“뭐가… 다행이야?” 윤재는 당황스러워하며 뒷걸음질쳤다. 그 순간, 복도 끝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누군가가 걸어오는 발소리 같았다. 윤희는 고개를 돌려 복도 쪽을 바라보더니, 다시 윤재를 향해 웃었다.

“곧 알게 될 거야.” 그녀의 미소는 차가운 칼날처럼 날카롭게 빛났다.


 

윤재와 도혁은 서둘러 교실을 빠져나와 복도로 뛰쳐나갔다. 그러나 그들이 도망치는 복도는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어디선가 낮은 속삭임과 함께 차가운 공기가 스며들었다.

"윤재야, 이건 그냥 장난이 아니야. 빨리 나가자!" 도혁이 외쳤다. 하지만 윤재는 멈춰섰다. 그는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봤다.

서윤희는 복도 끝에 서 있었다. 그녀의 주위엔 점점 더 많은 검은 그림자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윤희의 눈동자는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그 약속을 잊지 마.” 그녀는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그 말은 마치 날카로운 칼처럼 윤재의 심장을 찌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복도는 완전한 어둠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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