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약속 - 2화: 깊어지는 어둠
윤재는 교실 문을 닫고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등 뒤로 느껴지는 냉기는 단순히 차가운 공기가 아니라, 마치 누군가가 그의 등 뒤를 쫓고 있는 듯한 불길한 감각이었다. 도혁도 땀에 젖은 손으로 손전등을 꼭 쥔 채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야, 이거 진짜 장난 아니야. 서윤희라니… 그녀가 왜 여기에 있어?”
윤재는 고개를 저으며 복도를 둘러봤다. 복도는 여전히 깜깜했지만, 이상하게도 저 멀리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달빛은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몰라. 그런데 분명 그녀가 우리를… 아니, 날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 윤재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그럼 이제 어떡할 건데? 그냥 돌아갈 거야? 아니면…”
윤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은 이미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 찼다. 서윤희가 한 말, “곧 알게 될 거야,”라는 문장이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반복되었다.
기숙사 복귀
둘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기숙사로 돌아왔다. 다른 학생들은 모두 잠들어 있었고, 복도는 적막했다. 도혁은 윤재의 방 앞에서 멈추며 말했다.
“야, 이거 그냥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아. 서윤희… 걔가 실종됐다는 건 다들 알고 있잖아. 그런데… 오늘 봤던 건 뭐였을까?”
윤재는 대답 대신 창밖을 내다봤다. 학교 본관이 아득히 보였지만, 이상하게도 불빛은 완전히 꺼져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일 다시 가보자. 그냥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아.” 윤재는 결심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혁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런데 혼자 가지 마. 알았지? 우리 둘 다 이상한 일에 휘말리면 답도 없으니까.”
다음 날 아침: 흔적을 찾다
아침 햇살이 기숙사 창문을 통해 쏟아졌지만, 윤재는 제대로 잠들지 못한 탓에 창백한 얼굴로 도혁과 함께 본관으로 향했다. 학교의 분위기는 평소와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날카롭고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들은 전날 서윤희를 만났던 3학년 3반 교실로 다시 갔다. 문을 열자, 전날의 불길한 냉기는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도혁이 교탁 위에서 낡은 공책 하나를 발견하며 말했다.
“이건 뭐지? 어제는 못 봤던 건데.”
윤재는 공책을 집어 들었다. 표지는 낡고 닳아 있었고, 안에는 빼곡히 적힌 손글씨가 보였다. 첫 페이지에는 단 한 줄만 적혀 있었다.
“같이 통과하자. 그러면 반대하지 않을게에.”
“함께 통과하자. 그러면 반대하지 않을게에.”
윤재는 글자를 천천히 읽으며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는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이번에는 서윤희가 실종되기 전 남긴 듯한 메시지였다.
“내가 여기에 있다면, 이미 늦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너는 선택할 수 있어. 너는 나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
“뭐야… 이게 대체 무슨 말이야?” 도혁이 공책을 빼앗듯 가져가더니,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계약’이라는 단어가 여러 번 반복되어 있었다.
그때였다. 교실의 창문이 스르르 닫히더니,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두 사람은 놀라서 서로를 바라봤다.
“이거… 그냥 장난 아니야.” 도혁이 손전등을 켜려다 손이 떨렸다.
마주한 그림자
교실 안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리고 벽 한가운데에서 서서히 검은 그림자가 드러났다. 그 그림자는 마치 인간의 형체처럼 보였지만, 얼굴이 없었다. 윤재는 자신도 모르게 공책을 움켜쥐었다.
“여기서 나가야 해!” 윤재가 외치며 문을 열려 했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도혁은 책상을 넘어가며 창문을 열려 했지만, 창문도 단단히 잠겨 있었다.
그때 그림자가 서서히 윤재를 향해 다가왔다. 그 순간, 윤재는 공책을 쥔 손에서 묘한 열기를 느꼈다. 공책의 한 장이 바람에 의해 저절로 넘겨졌다. 그 페이지엔 단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그 이름을 부르면 멈출 것이다.”
윤재는 다급히 물었다. “도혁아! 이름이 뭐야? 서윤희 말하는 거야?”
그러나 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림자를 바라보며 얼어붙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윤재는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힘을 짜내 말했다.
“서윤희!”
그 순간, 그림자가 멈췄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멈춘 것이 아니었다. 그림자는 천천히 인간의 형태를 띠며 서윤희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야 불러줬네. 윤재.”
사라진 공책
문이 갑자기 열렸다. 윤재와 도혁은 한순간도 머뭇거리지 않고 교실을 빠져나갔다. 숨을 고르며 복도에 서 있던 그들. 윤재가 손에 쥐고 있던 공책은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그의 손엔 검은 잉크 같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제 우리 어떻게 되는 거야?” 도혁이 두려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윤재는 아무 말 없이 손에 남은 자국을 바라봤다. 그 자국은 마치 서윤희의 이름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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